FT “젊은이들, 긴축 고통에 지쳐 ‘될 대로 되라’식”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파국을 눈앞에 두고도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권이 물러서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이는 오랜 긴축정책의 고통에 지친 그리스 청년층 사이에 계속 긴축이나 디폴트의 혼란이나 ‘거기서 거기’라며 비타협을 지지하는 여론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1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했다.
지난 5년간 긴축 체제하에서 그리스 청년들은 극심한 실업에 시달리며 환멸과 좌절을 겪었다.
그리스의 25세 이하 청년실업률은 약 40%에 육박해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유럽연합(EU)에서도 평균의 약 두 배에 이른다.
성인이 되고서도 부모 집에 얹혀서 몇 푼의 용돈으로 연명하고 결혼을 미루고 하찮은 일자리라도 찾겠다고 외국으로 떠나야 했던 많은 그리스 젊은이들은 유럽이 부과한 긴축정책을 탓하고 있다.
이들이 대놓고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긴축이나 디폴트·그렉시트에 따른 혼란이나 별 차이 없다며 후자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FT는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디폴트가 임박한 가운데서도 시리자 청년 지지자들은 여전히 이상할 정도로 평온한 가운데 시리자 정권의 행보에 대해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리스 청년층은 공공부문 노조와 더불어 시리자 정권의 핵심 지지기반이다.
FT가 아테네에서 인터뷰한 시리자 지지자 이아소나스 스키나스(26)는 “지난 5년간 우리의 삶은 망가졌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잃을 것이 없고 그래서 평온하다”며 “더 강도 높은 긴축과 혼란 중에서 고르라면 혼란”이라고 털어놨다.
물론 모든 청년층이 그렉시트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며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시리자 지지자이면서도 모든 정책을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마리아 캄베루(20)는 “문제를 풀 다른 방법이 있다. 그렉시트가 유일한 답인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스 여론조사기관 알코의 이달 조사에 따르면 그리스 국민의 74%가 유로존 잔류를 선호했고 50%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타협해 합의를 끌어내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많은 젊은이들은 결국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스스로를 위해 먼저 양보하리라 믿고 있다고 FT는 관측했다.
시리자 지지자인 코스타스 스타브루는 “한 나라가 유로존에서 나가면 유로존 체제의 신뢰가 무너져 모두가 나가기 시작할 것”이라며 국제 채권단이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리자 청년조직의 페드로스 마르코풀로스 국제관계 담당 국장은 초(超)인플레이션, 대량 예금인출(뱅크런) 등 그렉시트가 초래할 참상이 예측하기 불가능하다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그리스보다) EU의 문제가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시각이 현명한 것인지 또는 순진한 것인지, 즉 유로존이 양보할지 또는 그리스가 디폴트로 내몰릴지는 곧 밝혀질 것이라고 FT는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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