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더 나은 협상해야”…TPP 놓고 오바마와 차별화

힐러리 “더 나은 협상해야”…TPP 놓고 오바마와 차별화

입력 2015-06-15 07:38
수정 2015-06-15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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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입장에 동조”…노조반발 의식해 오바마 입장 외면

국무장관땐 ‘골드스탠더드’ 지지…전략적 모호성 유지할듯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14일(이하 현지시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법안을 살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을 외면했다.

지난 12일 하원 전체회의에서 TPP 연계 핵심법안을 당론으로 반대했던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의 손을 공개적으로 들어주면서 사실상 오바마 대통령과의 차별화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13일 뉴욕에서 대권 행보의 공식 신호탄을 쏘아올린 클린턴 전 장관은 14일 미국 아이오와주 박람회장에서 유세를 갖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부결사태를 더 나은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 “레몬을 따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은 펠로시 원내대표를 비롯해 하원 동지들의 말을 듣고 협력해야 한다”며 “약한 협상결과가 노동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가능한한 최상·최강의 협상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게 이들의 입장”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나는 TPP 협상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인식하면서 가장 좋은 협상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한 뒤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부류에 속해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더 좋은 협상조건을 만들어낼 엄청난 기회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근로자 보호와 임금 문제가 협상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범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전 장관의 이 같은 입장표명을 TPP 자체에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이 나온다.

클린턴 전 장관은 국무장관 재직시절 TPP를 ‘골드 스탠더드’(Gold Standard.황금기준)라고 표현할 정도로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표명해왔다.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소신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가 주도해온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핵심 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권행보를 본격화한 클린턴 전 장관으로서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세력인 노조가 TPP 협상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노조가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진 오하이오주는 대권승부의 최종 향배를 가늠하는 최대 경합주로 꼽힌다.

이에 따라 클린턴 전 장관으로서는 TPP 자체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시적으로 표명하지는 않은 채 오바마 대통령이 현재 제시한 협상결과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노심’(勞心)을 껴안으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앞으로도 클린턴 전 장관은 이 같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는 TPP 이슈를 넘어서는 보다 큰 틀의 정치적 계산이 자리하고 있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을 공략하려면 오바마 행정부를 계승해 정권을 재창출한다는 ‘명분’을 살리면서, 사실상 레임덕에 빠진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실리’도 동시에 취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TPP가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처리되지 않을 경우 대선결과에 따라 곧바로 자신의 국정어젠다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클린턴 전 장관에 맞서 출사표를 던진 버니 샌더스(버몬트)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CBS 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에 나와 클린턴 전 장관이 TPP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역시 민주당 대선후보인 마틴 오말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도 이날 TPP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마이클 쇼트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한때 골드 스탠더드라고 했던 TPP에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그가 얼마나 부정직한 것인가를 잘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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