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여성 의류판매상 권총 강도에 희생…멕시코 교민사회 침울

한인 여성 의류판매상 권총 강도에 희생…멕시코 교민사회 침울

입력 2015-04-03 03:33
수정 2015-04-03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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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의류판매점을 하는 50대 여성 교민이 현지인 강도의 권총에 맞아 숨지자 교민사회가 뒤숭숭하다.

1일 오후(현지시간) 멕시코시티의 최대 재래상가인 센트로에서 이 모(52)씨가 귀가하던 중 강도를 만나 돈이 든 가방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저항하다가 가슴에 총 한 발을 맞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오토바이를 이용한 5인조 강도단은 날이 어둡지도 않은 길가에서 총을 발사해 이 씨와 동서지간인 박 모 씨에게도 손에 관통상을 입혔다.

이 씨는 남편 김 모 씨와 박 씨, 조카 등 4명과 함께 가게 일을 마치고 승용차를 타려고 주차장으로 걸어가다가 변을 당했다.

강도단은 이 씨 가족이 퇴근하는 시간을 미리 파악하고 기다리고 있다가 3명이 쫓아와 길을 가로막았고 나머지 2명은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할 대비를 하고 있었다.

김 씨는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하고 아내에게 “가방을 건네주라”고 말하던 중 권총이 발사됐고 이후 강도들이 가방을 들고 달아난 상황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지인들에게 말했다.

가방 안에는 2천700페소(20만원) 남짓한 돈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 부부는 아르헨티나에서 장사하다가 현지 외환위기가 닥쳤던 2002년께 멕시코로 건너와 가방, 여성 의류 등의 품목을 다루면서 어렵사리 정착을 해가는 중이었다.

교민 식품점과 식당 등이 모여 있는 멕시코시티 시내 소나로사에서 하숙집을 하는 이 씨의 친정어머니는 사망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해했다.

자녀 3명을 둔 이 씨는 최근 결혼한 큰딸이 낳은 세 살배기 손녀도 두고 있었다.

그와 친하게 지냈던 한 교민은 “사건이 일어나기 20분 전에 통화를 했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센트로와 인접한 테피토 등 재래상가에는 교민들이 의류 장사를 많이 하는 곳이지만 마약과 총기 등이 밀매되는 지역인데다가 권총을 소지한 강도가 항상 들끓어 멕시코시티에서 위험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기성복, 모자, 가방 등을 판매하는 교민들의 가게는 200여 개 안팎이고 대부분 부부가 함께 운영을 한다.

멕시코에 이민을 와 작은 자본으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재래상가 옷 장사이기 때문에 대부분 선택하는 곳이다.

5일 부활절 연휴를 앞두고 있어 휴가 경비 등을 마련하려는 강도 범행이 최근 자주 일어난 것으로 안다고 센트로의 한 교민 상인이 말했다.

이곳에서 장사하는 교민들은 수시로 강도에 노출되고 실제로 그날 번 돈을 다 빼앗기거나 물건을 털이 당하는 일도 공공연하다.

이 씨 부부도 가게에 들이닥친 강도를 지난 몇 년간 수차례 경험한 적이 있다.

교민들은 강도를 당하고도 현지 경찰에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이유는 신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 교민을 대상으로 한 강력사건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거니와 대놓고 ‘수사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센트로 상가의 가게 입구에는 산탄총 등 중화기로 무장한 사설 경비들이 지키는 곳도 있다.

이 일대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강도질을 일삼는 부류들은 마약을 복용하고 실탄이 든 권총을 소지하고 있다.

마약에 중독된 이들은 미화 수백 달러만 주면 청부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소문도 돈다.

2012년 9월에는 테피토에서 교민 김 모씨가 가게를 나선 직후 괴한이 근접해서 머리에 발사한 권총을 맞고 사망한 적이 있다.

이 씨 부부와 알고 지내는 한 교민은 “권총을 든 강도들이 달라는 대로 가방을 그대로 줬어야 한다”며 “그런 상황에서는 절대 침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멕시코한인회 김현욱 수석부회장은 “목숨을 빼앗은 강도질을 하고도 제대로 처벌이 안 되면 재발한다”며 “교민사회와 대사관 등이 멕시코 관계 당국에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한 치안 개선을 강력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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