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서 부패상 공개 요구…대상 115명 중 8명 도착하지 않아
새 교황 선출을 준비하기 위한 전 세계 가톨릭 추기경들의 회합이 최근 제기된 각종 스캔들로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진행되고 있다.4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바티칸 시노드홀에서는 콘클라베(교황 선거) 준비를 위한 추기경단 회의(Congregations of Cardinals)의 첫 회합이 열렸다.
이날 1차 전체회의는 대부분 비밀유지 서약 등 의례적인 절차에 할애됐다고 AP통신과 AFP 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추기경들은 이날 교황 선출과 관련된 어떤 기밀도 누설하지 않겠다고 서약하는 한편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감사와 안부를 전하는 서한을 보내기로 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회합은 교황청 기밀문서가 유출된 이른바 ‘바티리크스’(Vatileaks) 파문과 이를 계기로 드러난 교황청 운영의 난맥상 등을 피해 가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추기경들은 새 교황을 선출하기에 앞서 교황청 집행부가 최근 제기된 가톨릭 교회 최고위층 내의 부패와 정실주의 문제에 대해 입을 열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추기경들은 특히 바티리크스 파문을 조사한 추기경 3명의 기밀 보고서에 대해 브리핑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시카고 대교구장인 프랜시스 조지 추기경은 “논의가 진척되면서 교황청의 운영에 관여했던 추기경들을 향해 질문이 가해질 것이며, 이런 맥락에서 어떤 주제든 거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가톨릭 교회의 최고 성직자였던 키스 오브라이언(74) 추기경의 ‘성추문’도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이날 한 남성이 성직자와 유사한 차림으로 주교 행세를 하며 회의장에 몰래 들어와 추기경들과 이야기하고 취재진들과 사제 성추문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스위스 용병들에게 끌려나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콘클라베 선거인에 해당하는 전 세계 추기경 115명 가운데 아직 8명이 바티칸에 도착하지 못한 상태라고 바티칸 측이 밝혔다.
이 때문에 추기경단 회의의 핵심 주제인 콘클라베 개시 시점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추기경단 회의는 만 80세 미만만 참가할 수 있는 콘클라베와 달리 연령 제한이 없으며 매일 오전과 오후에 회합이 열린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회합에서 바티리크스 파문을 둘러싼 전체 논의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추기경들은 개인적으로 동료에게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정보든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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