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연 특파원 워싱턴 저널] ‘볼 일’ 볼때도 감시… 국무장관 선서식 ‘철통 보안’

[김상연 특파원 워싱턴 저널] ‘볼 일’ 볼때도 감시… 국무장관 선서식 ‘철통 보안’

입력 2013-02-08 00:00
수정 2013-02-0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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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건물 밖으로 나가 다시 검색대를 통과해 주시기 바랍니다.”

6일 오후 2시(현지시간) 존 케리 신임 미국 국무장관 선서식 취재를 위해 워싱턴의 국무부 청사 로비에 모여 있던 외신기자 10여명은 귀를 의심했다. 아무리 검색을 철저히 한다 해도 건물 밖으로 다시 나가는 경우는 상상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조 바이든 부통령이 참석해 경호가 강화됐을 것”, “9·11테러 이전에는 이렇지 않았을 것” 등의 말을 궁시렁거리며 하릴없이 추운 밖으로 나섰다.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와 보니 놓아 두고 나간 카메라 장비와 가방을 탐지견(K9)이 헤집고 있었다. 선서식은 오후 4시인데 두 시간이나 일찍 외신기자들을 소집한 이유가 짐작이 갔다.

3시쯤 국무부 직원과 경비 책임자가 기자들을 앞뒤에서 ‘감시’하면서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자 어수선한 기계실이 나타났고, 요란한 굉음이 울리는 공간을 거쳐 행사장인 ‘벤저민 프랭클린룸’에 도착했다. 하객들이 아름다운 음악과 다과를 즐기고 있었지만, 기자들은 빨간 띠가 처진 한쪽 구역에 한 시간 동안 더 격리됐다. 옆에서 지키고 선 직원에게 “물 좀 마실 수 있느냐”고 요청하자 “기자들을 위한 음료수는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화장실 좀 갈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보고 과정’을 거쳐 20분이 지나서야 허락이 떨어졌다. 경비 책임자의 인솔 아래 화장실에 가서 입을 씻는 척하면서 손바닥으로 물을 마셨다. 선서식은 30여분 만에 끝났지만 기자들은 장내가 정리될 때까지 30분을 더 묶여 있다가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9·11테러 이후 12년. 미국은 여전히 테러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carlos@seoul.co.kr

2013-02-0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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