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국진 순회특파원 중동을 가다] (5)안전 우려되는 한국의 단기선교

[강국진 순회특파원 중동을 가다] (5)안전 우려되는 한국의 단기선교

입력 2011-06-14 00:00
수정 2011-06-1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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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 땅 밟기’… 현지 우호적 분위기에 찬물

지난달 이집트에서 무슬림과 기독교인 간 충돌이 발생하자 일각에선 민주화 혁명이 종교 갈등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기독교의 한 분파인 콥트교를 믿는 압둘라 만수르(32)는 카이로에서 기자와 만나 “갈등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그건 일부 이성적이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무슬림과 기독교가 서로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싸울 일도, 오해가 생길 일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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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 아부다비에 위치한 그랜드 모스크.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 아부다비에 위치한 그랜드 모스크.


●대형교회 일방적 선교 활동 역풍 우려

오히려 중동 현지에서 활동하는 목사와 선교사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 일부 대형 개신교회의 자극적인 단기 선교 활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중동 각국의 정정이 불안한 상황에서 일방적인 선교 활동이 안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칫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중동의 유서 깊은 모스크를 방문해 그 주변을 돌면서 모스크가 무너지기를 기도하는 이른바 ‘땅 밟기’ 선교 활동이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약성경 여호수아기에는 땅 밟기를 통해 요르단강 서안 예리코 성을 함락시켰다는 얘기가 나온다. 기본적으로 상대를 멸망시키겠다는 관념을 바탕에 깔고 있는 셈이다.

●시내 한복판 ‘통성기도’에 현지인 기겁

현지 목사와 선교사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단기 선교팀들은 주로 대학생 등 청년부가 주축을 이루며 역사가 오래된 모스크를 찾아 주변을 돌면서 우상이 무너지길 기도한다. 랜드마크로 유명하고 일반 관광객에게도 개방되는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수도 아부다비에 있는 ‘그랜드 모스크’가 대표적 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슬림들이 이 같은 의도를 알면 분위기가 험악해질 수 있어 보통 두세명씩 조심스럽게 ‘땅 밟기’를 한다는 것이다. 일부 단기 선교단은 시내 한복판에서 무리지어 ‘통성 기도’를 해 현지인들이 기겁을 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올여름도 수백명 중동 찾을 것”

중동에서 목회 활동을 하는 한 목사는 “영적으로 강한 곳, 주로 역사가 오래된 모스크에 가서 회랑을 밟고 지나가면서 우상이 무너지라고 ‘기도 사역’을 한다.”면서 “보통 대학생들로 구성된 교회 청년부가 단기 선교의 주축이다 보니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땅 밟기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여름에도 수십명, 많게는 수백명이 중동을 찾을 것이라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현지 무슬림들은 선교를 하는 이유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카이로의 한 시민은 “선한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준다면 주변에서 그가 믿는 종교에 호감을 갖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동 전문가인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학대학원 교수는 “중동에서 이슬람은 단순히 개인의 믿음이면서 동시에 과거 한국에서 유교가 그랬던 것처럼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공식적·비공식적 제도라고 할 수 있다.”면서 “그들이 한국 선교사를 경계하는 것은 한국 선교사들이 자신들의 사회 시스템을 적대시하고 해악을 끼치는 것으로 비치게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교사는 “현지에서 어렵게 만들어놓은 우호적 분위기가 단기 선교 한 번이면 물거품이 된다.”면서 “현지와 협의 없이 보여주기식으로 보내지는 단기 선교단은 오지 말아 달라고 권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글 사진 아부다비 강국진 순회특파원 betulo@seoul.co.kr
2011-06-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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