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린폴리시 “더이상 중동 소용돌이의 예외 아니다”
중동 지역을 휩쓰는 민주화 열풍이 오일머니 덕분에 상대적으로 변화 요구가 덜했던 이 지역 왕정 국가들에까지 밀려올 것인지가 또 다른 관심사다.이미 중동의 강소국인 바레인에서 반정부 시위가 크게 일어나고 있고,그 여파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인접 왕정국가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 더럼대 중동정치학과 크리스토퍼 데이비드슨 교수는 21일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기고한 글에서 “오랫동안 중동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있었던 왕정 국가들이 이제는 더이상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국가별 상황을 분석했다.
중동 왕정국가들은 그동안 막대한 오일머니로 국민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대신 정치 참여를 막는 한편,시민권이 없는 외국 노동자들을 대거 수입해 국가를 운영해왔다.
대부분 국가가 단일 정당체제를 폭압적으로 유지하면서 왕족 일가가 정부의 주요 보직을 독차지했고,거액을 외국으로 빼돌려 왕정이 불안해지면 언제든지 도피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뒀다고 데이비드슨 교수는 설명했다.
◇ 사우디아라비아=알-사우드 왕가가 통치해온 이 나라는 앞으로 중동 사태에서 가장 주목을 받을 만하다고 데이비드슨 교수는 평가했다.
사우디에서는 이슬람의 성지 메카와 메디나가 있는데다 이슬람근본주의를 추종하는 ‘와하비’운동이 득세해 항상 보수적인 분위기가 지배했고 그만큼 의미있는 사회개혁이 이뤄지지 않았다.
2005년 왕위를 계승한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 첫 남녀공학 대학을 개교하는 등 개혁추진을 천명했으나 사사건건 반대에 부닥쳤다.
특히 사우디 왕가는 후계 구도가 불안한 상황에 부닥쳐 있다.왕세자 술탄이 83세인데다 또다른 실력자인 내무장관 나예프 왕자도 71세의 고령이기 때문에 다음 세대의 왕자들에게 권력 이양작업을 해야 할 상황이다.
◇ 아랍에미리트(UAE)=토후국 4개가 느슨한 연합형태를 취한 이 나라도 복잡한 상황이다.UAE의 석유자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부다비가 사실상 UAE를 대표하고 있다.
아부다비의 칼리파 빈 자예드 알 나흐얀 대통령은 명목뿐인 통치자이며,칼리파 대통령의 이복동생인 모하메드 왕세자가 실권자로서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
◇ 쿠웨이트=알-사바 왕가는 중동 지역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민주화된 왕정으로 수십년간 야당을 인정하는 의회를 유지해왔다.이는 쿠웨이트가 일찍 영국에서 독립하면서 강력한 상인계층이 대두해 왕정을 견제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쿠웨이트는 2006년 각각 취임한 국가지도자(에미르) 셰이크 사바와 그의 조카인 셰이크 나세르 총리에 권력이 집중돼 있다.
◇ 카타르=알-타니 왕가는 막대한 가스 매장량을 바탕으로 생긴 부를 국민에게 배분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하고 있으며,외교 정책에서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아랍세계 반정부 시위대의 목소리를 중계하고 있다.
◇ 오만=데이비드슨 교수는 알-부 사이드 왕가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왕실이라고 밝혔다.
1970년 영국의 지원을 받아 아버지를 밀어내고 왕좌에 오른 카부스 빈 사이드 국왕은 올해 70세이지만 슬하에 자녀가 없고 후계자도 없다.그는 그동안 권력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인척들을 정부 요직에 기용하지 않았고,결과적으로 사우디의 경우처럼 후계구도가 불안한 상황이 됐다.
◇ 바레인=알-칼리파 가문은 이 지역에서 가장 어렵게 왕정을 유지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대적으로 석유자원이 적어 국민에게 충분한 부를 제공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슬람 수니파인 알-칼리파 가문이 40년간 시아파가 다수인 국민을 통치하다 보니 고문과 인권침해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데이비드슨 교수는 중동 지역 왕정국가 가운데 특히 바레인이 역사적,문화적으로 중심지였기 때문에 지금 반정부 시위가 다른 왕정국가에 이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별로는 카타르와 쿠웨이트가 안정적으로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 국민은 적극적인 반정부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아랍에미리트도 여기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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