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출근길, 늘 파리가 그립다/이지운 논설위원

[길섶에서] 출근길, 늘 파리가 그립다/이지운 논설위원

이지운 기자
입력 2019-11-07 17:26
수정 2019-11-08 02:0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파리의 지하철, 열차도 이동통로도 좁고 답답해도 아기자기한 맛이 특별하다. 백미는 열차 내 멘트다. 내릴 역 이름만 딱 두 번 불러주는 노선도 있다. 그 끝을 한 번은 살짝 올리고 한 번은 내리는 식이다. 그 외 다른 안내는 없다. 땅 밑도 예술이다.

1호선 지하철 남영역~서울역 구간. 열차 문이 닫히고 10초쯤 지나면 시작된다. “다음 역은 서울역, 서울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당연한 안내가 끝나자마자 “띵동, 서울교통공사를 이용해 주신 고객여러분께 감사드리며~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잠시 후 전력공급 방식 변경으로~하오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에 20여초가 지난다. 10여초 뒤 흥겨운 음악소리. “이번 역은~ 내리실 문은~” 한 번 더 반복되고 “당고개, 사당, 오이도 방면~ 갈아타시기 바랍니다. 공항철도를 이용하실~ 내리시기 바랍니다”가 나온다. 이어지는 영어ㆍ중국어ㆍ일본어. 뒤이어 “이 역은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가 넓으니~”와 영어 한 번 더. 출근길 상습 정체 구간, “열차간격 조정으로~” 멘트까지 나오면, 3분은 숨차다.

“친절한 방송은 어르신들과 외국인들에게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견뎌내곤 한다. 그럴수록, 몇 번 타 보지도 않은 파리의 그 노선이 더욱 그립다. 출근길마다.

jj@seoul.co.kr
2019-11-08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