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화양연화/이두걸 논설위원

[길섶에서] 화양연화/이두걸 논설위원

이두걸 기자
이두걸 기자
입력 2019-03-17 22:42
수정 2019-03-18 02:0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강의실은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어렵사리 접속한 학교 홈페이지는 먹통이다. 교내 게시판에서도 수강표를 찾을 수 없다. ‘고등학교’라 불릴 정도로 아담한 교정 안 건물들은 왜 이리 미로 같은지. 그동안 얼마나 수업을 빼먹었을까.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꽉 쥔 손에는 땀이 흥건하다. 그러다 우연찮게 찾은 강의실에 헐레벌떡 들어가기 직전, 문 앞에 붙은 안내문을 발견한다. ‘신규 FA 수강생 - 이두걸’. ‘출석일 부족으로 F 학점을 맞았다’는 뜻이다. 눈앞은 깜깜해지고 다리의 힘이 풀린다. ‘이게 현실이 아니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다가 잠에서 깬다.

1년에도 서너 번 꾸는 꿈이다. 트라우마로 남은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탓에 언제나 예측 가능하면서도, 어제 일인 양 생생하다. 대학 생활은 평탄과 위태로움을 오갔다. 학점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럼에도 여전히 압도적이다. 모든 게 새로우면서도 뜨거웠던 시절의 경험은 현재의 사고와 행동 그리고 관계의 상당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꿈을 악몽으로만 여기지 않는 까닭이다.

출퇴근 길이면 입시지옥을 뚫고 한창 교정을 활보할 앳된 얼굴의 새내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누구보다 찬란하게 꽃피우길. 화양연화(花樣年華).

douziri@seoul.co.kr
2019-03-18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