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갈 길이 먼 IS와의 전쟁/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시론] 갈 길이 먼 IS와의 전쟁/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입력 2015-02-13 00:12
수정 2015-02-13 00:2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군복을 입고 결연히 나타난 요르단 압둘라 국왕의 모습에 세계가 열광했다.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산 채로 분살(焚殺)당한 자국 조종사의 죽음에 국왕이 직접 나서서 복수를 천명했다. 요르단 공군은 지난주 60여 차례 이상 IS 거점을 공습, 타격했다. 미국 및 걸프 아랍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에 호응하며 4월 대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다국적군은 이제 IS의 무도한 도발을 꺾을 수 있는 전기(轉機)를 맞았다는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이미지 확대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하지만 IS는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알고 있던 여느 폭력적 극단주의 조직과는 사뭇 다르다. 한 지역에서 들고일어난 여러 테러그룹 중 하나로만 보는 것은 위험하다. 완전히 새로운 미증유의 그룹이다. IS를 겨냥한 테러전은 오래갈 가능성이 높다.

먼저 이들 3만명 병력 중 적어도 5000명 이상이 죽음을 감수하는 전사들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자살 테러를 미화하는 오도된 교리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이다. 이슬람 움마 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생명을 걸면 곧 천국으로 직행한다는 교리를 신봉한다. 그렇기에 이들은 미국의 공습에도 체첸 반군 해방을 선언하며 푸틴의 러시아를 도발하고, 중국 신장위구르 무슬림들의 저항을 독려하고 있다. 겁 없이 세계 초강대국들을 도발함으로써 오히려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현상도 함께 나타난다.

둘째, IS의 실질적인 화력과 자금력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뛰어난 전투 경험과 막강한 화기를 갖고 있다. 2001년에 결성된 IS의 전신 ‘유일신과 성전’ 그룹은 2003년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급격히 성장한다. 사담 후세인의 실각으로 쫓겨난 기존의 군인, 관료, 경찰들의 상당수는 직업을 잃고 ‘유일신과 성전’ 그룹에 가담해 미군과 싸웠다. 이라크 독재 정권의 근간이었던 군경, 관료들이 테러 집단에 몸담아 세계 최강 미군과 싸우면서 얻은 전투 경험은 이들의 자산이다. 여기에 최근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제공한 다양한 화기들을 노획하면서 웬만한 국가의 정규군 못지않은 전투력을 갖게 됐다. 또한 석유 밀매, 인질 몸값, 중앙은행 보유 외환 탈취 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력도 건재하다.

셋째 이유는 이들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정서다. 현재 IS가 장악하고 있는 안바르주를 비롯한 이라크 수니파 거점 지역의 경우 바그다드 시아파 주도 정부로부터 차별과 괄시를 받아 왔다. 시리아의 경우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에 그동안 학살을 당해 왔다. 중앙정부로부터 따돌림과 학살을 당해 온 주민들은 무력과 돈 그리고 강력한 공포 정치의 이념을 들고 자신들을 지배하는 IS를 선택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강한 이념, 실질적인 힘 그리고 대중들의 복종이 어우러진 IS를 국제사회가 단기간 내에 격퇴하기란 쉽지 않다. 국제사회의 무력 공격은 두 번째 요인, 즉 IS의 화력과 자금력을 약화시키는 데는 유효하나 이념과 대중의 지지까지 무너뜨리기엔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 답이 있다. 국제사회는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공격을 통해 가공할 만한 IS의 무력과 자금력을 약화시킴과 동시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저들의 이념을 무력화하고 대중의 정서를 파고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IS의 선전전에 대응하는 논리와 설득을 통해 폭압적 이념의 실체를 알리는 전략이 절실하다. 자살을 감수하며 무차별한 살인을 자행하는 비정상적 광기의 세력은 정상적인 통치 세력이 될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면 극단주의에 저항하며 민심이반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가 대IS 무력 공격과 더불어 반드시 추구해야 하는 전략은 ‘정치의 정상화’다. 이라크 바그다드 정부를 도와 소외당한 수니파를 포용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다수의 수니파를 끌어안을 때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극단주의에 가담하는 흐름을 막아 낼 수 있다. 동시에 쉽지 않지만 시리아의 정상화도 시급하다. 알아사드를 하야시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제대로 된 거버넌스와 공권력 복원만이 바그다드와 다마스커스의 폭정을 피해 IS를 지지하는 현지 주민들의 마음을 사는 유일한 길이다. 결국 이 싸움의 관건은 백성의 마음을 얻는 데 달렸다.
2015-02-13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