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프랑스 파리에서 제92차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정기총회가 열렸다. WOAH는 동물 질병 예방과 통제를 위한 국제 기준을 마련하고 주요 질병에 대한 청정국 또는 청정지역 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국제기구다. 우리나라는 1953년 가입 이후 2009년 브루셀라병을 시작으로 2020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까지 총 8개 질병에 대해 표준실험실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이 유전자 진단 표준물질 분야 협력센터로 지정되면서 국제 방역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매년 열리는 WOAH 총회지만 올해는 우리나라 방역 정책에 특별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총회 마지막 날인 오는 29일 제주도가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지역’ 지위를 공식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 지위는 백신 접종을 통한 면역 유지, 최근 12개월간 구제역 미발생, 철저한 방역 조치 등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만 획득할 수 있다.
제주도는 지금까지 단 한 건의 구제역 발생도 없었다. 지역사회, 축산농가, 방역당국이 긴밀히 협력해 차단방역을 실천하고 공항·항만에서 철저한 검역을 지속해 온 결과다. 정부는 가축방역 전문가들과의 논의를 거쳐 지난해 8월 WOAH에 신청서를 제출했고, 현재 동물질병과학위원회의 평가와 183개 회원국 회람까지 마쳤다.
구제역은 전파력이 매우 높고 한번 발생하면 전국으로 확산해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는 재난형 가축전염병이다. 실제로 2010년 11월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한 달여 만에 전국으로 번졌고 살처분 등의 방역 조치에 약 2조 7000억 원의 재정이 들어갔다.
이후 정부는 전국 단위 백신 접종을 비롯해 예찰·소독·이동통제 등 기본 조치와 함께 농가의 방역 수준에 따라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부여하는 등 강도 높은 대응체계를 구축해 왔다. 그 결과 구제역 발생은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단 한 건도 발병하지 않았다. 올해 3~4월 전남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발생한 사례도 정부의 긴급 백신 접종과 신속한 차단방역을 통해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제주도가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지역으로 공식 인정받게 되면 우리 방역 정책의 신뢰도는 국제사회에서 한층 높아질 것이다. 이는 축산물 수출 확대와 민간 농축산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질 수 있으며 나아가 ‘백신 미접종 청정국’ 지위 획득이라는 더 큰 목표를 향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3월 ‘중장기 가축방역 발전 대책’을 수립했다. 기존의 정부 주도 방역에서 벗어나 지역과 민간이 함께하는 자율 방역체계로 전환하고, 빅데이터 분석으로 고위험 지역과 농가를 선별해 예찰·소독 등 방역자원을 효율적으로 투입하는 ‘스마트 방역체계’도 본격 추진 중이다.
또한 기후변화와 국제 교류 증가로 가축전염병의 양상이 복잡해지면서 국제협력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필자는 이번 총회를 앞두고 파리에서 WOAH 사무총장과 면담을 가졌다. 회원국 간 초국경질병 공동 대응을 위한 협력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했으며, 총회 기간 일본 등 동아시아 수석수의관 회의를 열어 인접 국가 간 정보 교류와 협력 강화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제주도의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지역 인정은 우리 방역체계의 신뢰성과 기술력을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출발점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세계 각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가축전염병 대응에서 글로벌 방역 파트너로 도약하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더 높여 나갈 것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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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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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2025-05-27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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