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창의재단, 김웅진 저서 ‘우수도서’ 인증 취소 해프닝
김웅진 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게놈연구소장이 한국에서 자신의 책을 팔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는 한국을 비판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김 전 소장은 미국 시민권자지만 경북 안동 출신으로 서울대를 졸업했다. 그는 2000년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휴먼게놈프로젝트(HGP)에 참여해 국내에서 유명해졌다.
지난해 김 전 소장은 ‘생물학 이야기’라는 저서를 내놓아 미래창조과학부와 미래부 산하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으로부터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됐다.
정부의 인증을 비웃기라도 하듯 김 전 소장은 2014년께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을 비판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김 소장은 “남녘의 모두는 식민지사상과 저질문화에 세뇌되어 있고 조상의 빛난 얼을 버렸다”며 “남녘은 오염되지 않은 동포들로부터 배우며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김 전 소장은 북한에 대해서는 애정 어린 시선을 보였다. 그는 지난 5월 페이스북에서 “조선(북한)의 지도부와 인민은 ‘자주권’과 ‘민족의 존엄’을 지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긴 세월 동안 온갖 시련과 모진 고난을 당해왔다”고 적었다. 또 지난 25일에는 김일성의 회고록을 ‘민족필독도서’라고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소장의 이런 행보가 문제가 되자 창의재단은 그의 책에 대한 우수과학도서 인증을 취소했다. 창의재단 관계자는 “김 전 소장의 정치색이 문제가 됐다”고 했다. 미래부 관계자 역시 “창의재단에 위탁해 우수도서인증을 하고 있는데 이념적인 문제가 있는 저자라 절차를 거쳐 인증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김 전 소장의 페이스북 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활발히 댓글을 달고 있는 사람도 많다. 이 중에는 간첩단 총책으로 국내에서 추방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북한 체제를 추켜세워도 해외에 서버를 둔 SNS에서 활동하면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보법 자체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라며 “미국 시민권자가 미국에서 자기 의견을 올린 글은 국보법 적용 대상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또 “국보법은 남북관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법일 뿐이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법은 아니다”라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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