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보다는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게 낫다고 판단”

현대상선 직원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본사 로비에 전시된 배 모형 옆을 지나고 있다. 해외 선주들과 벌이고 있는 용선료 협상이 사실상 타결되면서 현대상선에는 모처럼 밝은 기운이 감돌았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현대상선은 31일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본사에서 오전 11시와 오후 2시 각각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총 3000억원 규모의 채무재조정을 가결했다.
조정안은 회사채 50% 이상을 출자전환하고 잔여 채무를 2년 거치·3년 분할상환하는 내용이 골자다.
첫 집회에는 2400억원 중 86.5%인 2075억원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참석했고 이 중 100%가 찬성표를 던졌다.
이어진 집회에서는 600억원 중 85.6%인 513억 4000만원을 가진 투자자들이 모여 100% 동의로 안건을 가결했다.
집회에 나온 농협 기관 투자자는 “법정관리로 가는 것보다는 (자율협약)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채무조정안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채무재조정 실패로 법정관리로 갈 경우 채권 회수율이 20% 미만일 걸로 예상되나 채무재조정이 이뤄지면 주가에 따라서 원금 회수율이 최대 100%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투자자들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이날 집회에서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이 문제없이 잘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글로벌 해운동맹 합류와 관련해서는 곧 가입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상선은 이날 오후 5시와 6월 1일 오전 11시, 오후 3시에도 같은 안건으로 사채권자 집회를 연다. 다섯 차례에 걸친 집회에서 출자전환이 논의되는 총 채권 규모는 8042억원이다.
채무재조정은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 글로벌 해운동맹 합류와 함께 자율협약 진행을 위해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3개 조건 중 하나다.
가장 핵심이자 난관인 용선료 인하는 22개 해외 선주들과 피 말리는 협상을 벌인 결과 사실상 ‘타결 수순’에 접어들어 이번 주 중 긍정적인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용선료 인하 폭은 20%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당초 목표로 잡았던 28%보다는 낮지만 어려웠던 협상 과정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수치라는 평가다.
현대상선은 작년 한 해 용선료로 총 9760억원을 지급했고 이 중 컨테이너선이 70%를 차지한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용선료 인하 폭이 20%로 결정될 경우 연간 195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출자전환과 용선료 협상이 잘 마무리되면 부채비율은 200%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이밖에 글로벌 해운동맹 합류라는 과제가 아직 남았다.
해운동맹체 ‘디 얼라이언스’에서 일단 제외된 현대상선은 9월께 회원사가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합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다음 달 2일 서울에서 열리는 또 다른 해운동맹체 G6 회의에서 디 얼라이언스에 포함된 일부 선사들을 대상으로 설득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출자전환과 용선료 협상이 모두 성공하면 해운동맹 가입도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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