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상태는…CJ “심각하지만 재판끝나면 회복기대”

이재현 상태는…CJ “심각하지만 재판끝나면 회복기대”

입력 2015-09-13 11:15
수정 2015-09-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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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시민단체 “위중하면 경영 물러나 후임자 둬야”

최소 수백억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이 점차 커지면서 이 회장의 건강 상태와 경영 복귀 여부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CJ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현재 병세가 심각해 구치소가 아닌 서울대병원에 머물며 재판을 받고 있고, 최근 부친(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상을 당하고도 장남으로서 빈소조차 지키지 못했다.

CJ그룹은 법원과 언론에 줄기차게 “회장의 경영 공백이 크다. 회장이 돌아와야 투자 등도 이뤄진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병이 그렇게 위중한 상태라면 집행유예로 자유의 몸이 된다해도 경영 일선 복귀가 어려운만큼 CJ가 양립하기 어려운 ‘경영복귀 당위성’과 ‘위중한 병세’를 뒤섞어 무리하게 재판 방어용 무기로 남발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CJ “이 회장 건강 위험…50㎏초반에 정신도 불안”

CJ그룹은 이 회장의 건강이 현재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2013년 8월 부인으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은 후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거부 반응과 감염 등으로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면역억제 요법의 부작용 때문에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홍역 등 각종 바이러스에 반복적으로 감염되고 간 수치가 정상 수준의 5배를 넘나들 정도로 ‘간독성’ 증상도 심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면역억제제를 줄이면 거부 반응과 신장세뇨관 손상, 단백뇨 증가 등 신장 기능 이상이 우려된다는 게 CJ의 설명이다.

특히 이 회장은 CMT(샤르콧 마리 투스)라는 신경근육계 유전병까지 함께 앓고 있어 더욱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CJ는 전했다. 장기이식에 따른 면역억제제 사용이 CMT 증상을 악화시키고 CMT에 따른 근육·신경 손실이 다시 이식된 신장의 안정을 방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CJ 관계자는 “지난 4월에도 거부반응 양성이 나타나 1주일이상 가족 면회도 금지된 채 격리 상태에서 고강도 스테로이드 등 집중 면역억제 치료를 받았다”며 “체중도 여전히 50㎏ 초반에 불과하고 정신적으로도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7월 이 회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신세 한탄을 했다고 전한 지인의 말로 미뤄 의사소통 등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013년 7월 1천657억원에 이르는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 2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곧바로 이 회장과 CJ 변호인단은 이런 건강 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요청했고 이를 법원이 받아들여 현재까지 2년이 넘게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채 재판을 받고 있다. 역대 ‘최장기 구속집행정지’ 기록이다.

◇ CJ “이 회장 경영 복귀해야…공백으로 심각한 차질”

더구나 지난 10일 대법원이 ‘원심 파기 환송’을 선고하면서 이 회장이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고등법원의 파기 환송심 결과에 따라 입원 상태에서 그대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날 확률도 높아졌다.

대법원이 밝힌 파기 환송 이유에 ‘검찰이 배임액을 과대 산정했다’는 취지의 내용 등이 포함됐기 때문에 CJ그룹은 환송심에서 이 회장이 ‘집행유예’로 감형받고 경영에 복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CJ는 그동안 대외적으로 “이 회장의 공백이 3년째 장기화하면서 그룹 곳곳에서 경영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 2조4천억원 투자 계획 가운데 실제 집행 금액은 79%(1조9천억원)에 불과하다는 점, 동부산테마파크 등 수년동안 추진해온 대형 개발 프로젝트와 인수·합병(M&A)이 중단되거나 무산됐다는 점 등을 강조해왔다.

최근 CJ대한통운이 4천500억원으로 중국 냉동물류회사 룽칭(榮慶·ROKIN)물류를 인수하는 대형 M&A에 성공했지만 언론 보도가 이뤄진 뒤에야 소극적으로 홍보에 나선 것도 ‘회장 공백에 따른 투자 차질’ 프레임과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CJ가 손경식 회장과 이채욱 부회장 등이 참여하는 그룹경영위원회 체제보다는 ‘오너 이재현’의 경영 복귀를 바라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와병으로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못하는 이 회장이 여전히 지주회사 CJ의 등기이사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 학계·시민단체 “위중한데 경영은 어떻게…논리 안맞아”

”이 회장의 나쁜 건강 상태로 미뤄 경영 복귀는 무리가 아니냐”는 질문에 CJ 관계자는 “현재 재판에 따른 심리적 압박 등이 병세를 더 악화시키는만큼 판결이 좋은 방향으로 나오면 회장이 건강을 회복하고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계와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는 이 회장의 경영 복귀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아픈 사람에게 그룹 경영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우면 자칫 건강이 더 악화될 수 있지 않겠느냐”며 “CJ그룹 경영뿐 아니라 이 회장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빨리 ‘실질적 후임자’를 뽑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팀장도 “CJ의 말대로라면 그런 몸 상태로 어떻게 경영을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배임과 횡령은 상당히 무거운 죄임에도 경기불황과 경영 공백 등을 핑계삼아 감형이나 사면을 얻어내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책임투자·주총안건 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 역시 “그 정도로 위중한 사람이 집행유예로 풀려나온들 경영진과 심도있는 회의나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CJ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잘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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