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이모저모
‘패자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앞문으로, 승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뒷문으로.’17일 일본 도쿄의 지요다구 데이코쿠호텔 3층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장에서 롯데가(家) 두 형제가 보인 상반된 모습이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롯데홀딩스는 주총이 열린다는 공지만 했을 뿐 시간과 장소를 비밀에 부쳐 취재를 하려는 한국, 일본 언론사들과 숨바꼭질을 했다. 비공개로 주총을 열려던 롯데 측의 의도와는 달리 이날 주총장인 호텔 3층에는 사전에 정보를 입수한 일본 언론사 기자 30여명이 몰려 롯데가 내분에 관심을 보이며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신동빈 회장은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인지 주총장 앞문으로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주총장으로 쓰인 연회장의 뒷문 출입구로 들어갔다가 주총을 마치고도 역시 이 출입구를 통해 빠져나갔다. 1층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에 응하지 않고 검은색 렉서스를 타고 호텔을 떠났다.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오전 9시 26분쯤 3층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주총장 옆 대기실에서 10분가량 대기하고 있다가 9시 35분쯤 주총장에 들어가 20분쯤 뒤인 9시 55분 빠져나왔다. 그는 기자들에게 1분 20초가량 “앞으로도 제가 믿는 것을 일관되게 사원 여러분과 그리고 거래처분들과 함께 걸어가고 싶다”며 경영권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한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한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의 주총 참석과 관련, “참석하지 않으면 오늘의 총회 의안에 대해 마치 찬성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면서 “의안에 반대하는 의견의 발언을 의사록에 남기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롯데홀딩스 홍보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총회는 오전 9시 30분 개회해 25분간 진행됐다. 이 관계자는 “롯데홀딩스의 임원 외에 신동주, 신동빈씨, 그리고 주주들이 참석했으나 주주의 상세한 내역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주총이 열린 호텔 3층 주변에는 오전 8시부터 덩치가 큰 경호원으로 보이는 10여명이 이어폰을 끼고 ‘철통 같은 경계’를 하고 있었다. 9시 20분쯤 한 남성이 총회장 앞에서 관계자에게 “(홀딩스의) 감사다”라고 하자 다른 여성이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 주총장으로 들여보내는 등 각별히 보안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쿄 황성기 특파원 marry04@seoul.co.kr
2015-08-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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