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대국민 사과 이유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책임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가 공식 기자회견을 한 것은 1991년 12월 삼성에 입사한 이래 처음이다. 삼성 오너 일가로는 2008년 4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 특검 사태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한 후 7년 만이다.
이 부회장이 직접 국민과 언론 앞에 나와 사과한 것은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환자를 대거 발생시킨 직접적인 책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이날 회견에서 삼성서울병원의 운영 주체인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으로 소개됐다. 앞서 지난 18일 그가 삼성서울병원 내 민관합동메르스대책본부를 찾아 사과의 뜻을 밝힌 뒤에도 이 부회장이 사과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가시지 않았다. 이날 만 47세 생일을 맞은 이 부회장은 이번 사과문 발표를 앞두고 해외 출장도 연기한 채 수일간에 걸쳐 직접 발표문을 가다듬은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운영 주체인 재단의 이사장이자 삼성의 사령탑인 그가 사태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경우 비판 여론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그룹 경영권 승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을 놓고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방해를 받고 있는 삼성은 국민 여론과 정책 당국의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의 사과는 책임지는 ‘삼성 사령탑’의 이미지를 각인하는 효과도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룹 전면에 나선 이 부회장이 삼성서울병원을 시작으로 삼성 혁신 작업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는 이날 발표문 말미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2015-06-2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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