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보트’ 주주들 물밑접촉 돌입
삼성물산과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 메니지먼트의 법정 분쟁이 시작된 가운데 양측 간 우군 확보 경쟁과 여론전도 본격화되고 있다.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삼성물산과 엘리엇이 ‘주주총회 소집·결의금지 및 주식 처분금지’ 가처분 심문이 처음으로 열린 이후 양측은 각자의 주장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우군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오는 7월 17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 전까지 각자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공세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과 엘리엇 측은 이번 주총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주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며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이 주총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주주총회 참석 지분의 3분의2 이상, 전체 지분의 3분의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실상 47%의 우군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물산이 현재까지 확보한 우호 지분은 19.95%로 필요 지분의 절반도 안 된다.
삼성물산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10.2%)을 비롯해 한국투신운용(3%) 등 국내 기관이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외국인 지분은 7.12%의 엘리엇을 포함해 33.61%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관심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돌리기 위한 여론전도 치열하다. 삼성물산 측은 엘리엇이 기업의 장기적 가치 투자가 아닌 수익만을 노리는 ‘벌처펀드’라는 점을 강조하고, 엘리엇은 이번 합병이 오너가 지분 승계를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한편 한영회계법인은 이날 엘리엇 측이 법원에 제출한 자사 보고서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영회계법인은 지난 19일 엘리엇 측이 법원에 제출한 자사 보고서가 용도와 목적에 맞지 않게 사전 동의 없이 임의로 사용했다며 엘리엇 측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영회계법인 측은 엘리엇이 법원에 제출한 보고서 중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일부분만 발췌해 일종의 변조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5-06-2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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