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은 옛말, 이젠 ‘대박’ 효자...웰빙.한류 영향
‘만드는데 손이 많이 가고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통념을 깨고 한식·한복·한방·한옥 등 우리 전통문화가 유통업계에서 ‘대박’ 가능성이 충분한 사업 아이템으로 인정받고 있다.내수 침체 속에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려는 유통 대기업들의 노력과 전통문화의 웰빙 이미지, 중화권 한류 열풍, 관광객 증가 등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 ‘문정성시’ 한식뷔페…CJ·이랜드·신세계·롯데 진출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2013년 7월 CJ푸드빌이 ‘계절밥상’ 브랜드로 처음 선보인 샐러드바 형태의 한식 뷔페는 최근 포화 상태에 이른 외식 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장하는’ 분야다.
계절밥상의 경우 1년 8개월여만에 매장 수가 9개로 불었고, 이달 13일과 16일 건대점, 광교점도 잇따라 문을 연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모든 매장에서 매월초 다음 달 예약 접수가 마감되고, 각 매장의 200여석도 거의 날마다 가득 차고 있다”며 “웰빙 트렌드에 맞춰 토종 재료를 사용한 건강식, 향수를 부르는 80~100가지의 다양한 메뉴 등이 성공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CJ푸드빌은 폭발적 수요를 반영,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계속 계절밥상 지점을 늘려갈 계획이다.
이랜드 외식사업부가 지난해 4월 분당에 개점한 한식 뷔페 ‘자연별곡’도 벌써 매장 수가 28개에 이른다.
부산식 유부전골, 강원도식 두부보쌈, 남도식 떡갈비, 사골 안동국시, 들깨 홍합 미역국, 된장 맥적구이 등의 일반 한식 메뉴뿐 아니라 ‘왕의 이야기’를 주제로 기획한 ‘영조의 입맛을 돋운 고추장 양념 제육구이’, ‘정조의 버섯 탕평채’, ‘고종이 즐겨먹던 동치미 국수’ 등 수라상 차림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수라상에 쓰였던 놋그릇을 사용하고, 옛 왕실 소장품을 전시할 뿐 아니라 부뚜막 메뉴대·구절판 조명·팔각소반 액자 등 전통 소품들도 동원해 무엇보다 ‘한국적’ 분위기를 살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도 작년 10월 한식 브랜드 ‘올반’을 내놓고 한식 뷔페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운영 중인 여의도·센트럴시티점·김포한강·세종점 등 4개 매장에 올해 상반기 2~3개를 추가할 계획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1년동안 국내 한식시장을 조사하고 종갓집 한식메뉴를 연구한 뒤 올반을 론칭했다”며 “창녕 조씨 명숙공 종가 길경탕, 보은 선씨 선영홍 종가 닭구이, 화산석 원형가마에서 구워낸 가마고추장삼겹살 등 접하기 어려운 전통한식을 대중 메뉴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리아도 이르면 상반기에 한식 뷔페를 선보일 예정이다. 브랜드·메뉴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1호점 후보 지역으로 경기 고양, 서울 송파구 일대 등이 벌써 거론되고 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웰빙 트렌드가 잠깐의 유행이 아니라 삶의 필수 요건으로 자리잡은만큼 소비자 기호에 맞는 한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백화점, 1조3천억 한복시장 도전…한방 화장품 ‘대박’
한복도 최근 대형 유통채널인 백화점에 진입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3월 소공동 본점에 이혜순 디자이너의 한복 브랜드 ‘담연’ 매장을 열었다. 앞서 개량 한복 등이 팝업스토어(임시매장) 형태로 백화점에서 판매된 적은 있었지만 한복 브랜드가 상설 매장으로서 대형 백화점에 입점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번 담연 입점을 추진한 박지호 롯데백화점 수석 바이어(상품기획자)는 “지난해 기준 한복 시장 규모는 혼수용 등을 포함해 1조3천억원 정도로, 전체 패션의류 시장에서 2% 정도의 비중인만큼 대형 백화점에 한복 매장이 적어도 하나는 있어야 정상”이라며 “더구나 담연측이 편의성과 세련된 멋 등을 강조한 현대적 한복 제품도 많이 갖춘만큼 수요는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 바이어는 “첫날 개장 후 백화점 고객도 매장에 진열된 블라우스형 한복 등을 보고 ‘저 정도면 일상생활에서도 충분히 입을 수 있겠다’고 말하는 등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전했다.
화장품·생활용품 업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도 ‘한방(韓方)’이다. 직접 한국에 오거나 온라인을 통해 한국산 제품을 찾는 중화권 소비자 사이에서 한방 화장품·샴푸 등이 큰 인기를 끌면서 업체들도 관련 제품 추가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알리바바 그룹이 운영하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 ‘티몰 글로벌(Tmall Global)’ 안에 롯데마트관(lottemart.tmall.hk)이 개장했는데 당일 처음 팔린 상품이 바로 한방 ‘려 샴푸’(아모레퍼시픽)였다. 이후 지금까지 롯데마트관의 판매 1위 상품 역시 려 샴푸다.
올해 2월 5~16일 춘제를 앞두고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은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많이 산(매출기준) 품목 순위에서도 ‘바디피트 귀애랑 날개’(3위)·미장센 세럼(4위)·리엔 윤고 더퍼스트 샴푸(8위)·려 자양윤모(18위)·려 진생보 안티 에이징(20위) 등 한방 제품들이 강세를 보였다.
롯데면세점에서는 지난해 10월 LG생활건강 화장품 브랜드 ‘후’가 수입 브랜드를 제치고 매출 순위 1위에 올랐고,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달 9일 중국인이 선호하는 6년근 고려 홍삼 추출물과 금·로열젤리 성분 등을 담은 ‘생 로얄 실크 워터리 크림’(60g·6만6천원)을 출시해 20일 만에 5만개 이상 팔았다.
대표적 서구 문화인 호텔조차 전통과의 조화를 시도하고 있다. 앰버서더 그룹은 다음 인천 송도에 최대 규모의 한옥 호텔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를 개장할 예정이다. 이 호텔 건축 과정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최기영 대목장(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등 국내 주요 인간문화재와 장인들이 참여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식 전통문화에서 불편한 부분만 조금 줄여주면 워낙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생활양식이기 때문에 충분히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며 “내수 침체 속에 절박하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키워야하는 유통업계로서는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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