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3% “70세 이상은 돼야 노인”…53% “사회도 부양책임”10명중 1명꼴 “노인학대 경험”·”자살 생각해본적 있어”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7명은 자녀와 동거하지 않고 혼자 혹은 배우자와만 같이 살고 있어 노인 가구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노인 10명 중 3명은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 중 80%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있었다.
또 노인 10명 중 1명은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었으며 3명 중 1명은 우울증상을 보여 정신 건강에 대한 지원책 마련도 요구된다.
보건복지부는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4년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08년, 2011년에 이어 세번째로 시행된 이번 조사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관해 작년 3~12월 전국 1만452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면접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 혼자·부부끼리 사는 노인 늘어…친인척보다 친구·이웃이 더 가까워
조사 대상 노인의 67.5%는 노인부부가구(44.5%)나 독거가구(23.0%)에 속해 자녀들과 떨어져 살고 있었다.
노인부부 가구와 독거가구에 속한 비율은 2004년 조사 때의 34.4%와 20.6%에 비해 각각 10.1% 포인트와 2.4% 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반면 자녀와 동거하고 있는 노인은 28.4%로, 2004년의 38.6%보다 10.2% 포인트 줄었다.
자녀와 동거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같이 살아야한다’는 규범적인 이유보다 기혼자녀에게 경제적·신체적 보호를 받아야하거나 자녀에게 손주 양육 등의 도움을 주기 위해 동거한다는 실용적 이유를 든 응답자가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기혼자녀와 동거하는 1천460명 가운데 ‘자녀와의 동거가 당연하므로’라고 이유를 든 응답자는 2011년 28.4%에서 2014년 15.6%로 크게 줄었지만 ‘본인 또는 배우자가 수발이 필요해서’, ‘본인의 경제적 능력이 부족해서’라고 답한 사람이 같은 기간 9.2%에서 15.4%로, 20.9%에서 24.4%로 늘었다.
자녀와 따로 사는 이유 중에서는 ‘자녀의 결혼’(32.7%), ‘자녀가 타 지역에 있어서’(20.6%)라는 대답이 많았으며 이들은 ‘경제적인 불안감’(25.8%)이나 ‘아플 때 간호 문제’(25.6%), ‘심리적 불안감’(21.7%)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녀가 같이 살지 않는 노인의 37.7%는 1주일에 1회 이상 자녀와 왕래하고 있으며 72.9%는 1주일에 1회 이상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답했다.
◇ 생활비 벌기 위해 경제활동…주거비 가장 부담
노인들의 28.9%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었으며 9.7%는 ‘현재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지만 일을 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경제활동을 하는 노인의 79.3%는 생활비를 보충하기 위해 경제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용돈마련을 경제활동 참여 이유로 든 경우는 8.6% 뿐이었다.
또 일을 하는 노인의 36.6%는 단순 노무직에, 36.4%는 농림축산어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정경희 책임연구원은 “1994년 노인 근로직종은 농림축산어업이 56.5%에 달했고 단순 노무직은 20.5%에 불과했다”며 “이번 결과는 도시화로 인해 노동시장 구조가 변하고, 이는 노인도 피해갈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노인들은 소비 항목 중 주거관련 비용(40.5%) 부담을 가장 무겁게 느꼈으며 보건의료비(23.1%), 식비(16.2%), 경조사비(15.2%) 순으로 부담을 느꼈다.
한편 응답자의 9.9%는 학대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대부분은 육체적 학대였지만 정서적 학대(7.3%). 방임(4.3%)도 적지 않았다.
노인의 10.9%는 자살을 생각해 본 적 있으며 그 중 12.5%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해 본 적이 있었다.
자살을 생각한 이유로는 ‘경제적 어려움’(40.4%)이 ‘건강문제’(24.4%)보다 더 응답률이 높았으며 ‘외로움’(13.3%), ‘가족·친구와의 갈등 및 단절’(11.5%)도 이유로 꼽혔다.
조사대상자의 78.3%는 노인의 연령 기준을 ‘70세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75세 이상’이 노인이라는 응답도 31.6%나 돼 현재 65세 이상으로 돼있는 노인복지정책의 대상에 대한 조정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 대부분 만성질환 보유…흡연율·음주율은 감소
응답자 중 고혈압, 관절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노인은 89.2%였으며 평균 2.6개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
남성의 흡연율과 음주율은 각각 23.3%와 48.0%였는데 2004년 조사 때의 33.6%와 52.9%보다 크게 하락했다.
운동실천율은 58.1%로 10년 전의 29.3%보다 갑절로 뛰었으며 건강검진율 역시 10년 전 51.0%에서 83.8%로 향상됐다.
건강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노인 3명 중 1명은 우울증상과 인지기능 저하 증상을 보였다.
’단축형 노인우울척도’를 측정한 결과 33.1%에게서 우울증상이 발견됐으며 31.5%는 치매로 발전할 수 있는 인지기능 저하자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도의 우울증상자 비율 29.2%, 인지기능 저하자 비율 28.5%보다 늘어난 것이다.
정 연구원은 “우울증과 인지기능 저하는 나이가 많은 어르신일수록 많이 발생한다”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80세 이상 후기 노인이 많아지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후 생활비 부양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이 국가·사회의 역할을 중시하고 있었다. 노후 생활비 마련 방법에 대해 34.3%는 ‘본인과 국가가 준비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18.6%는 “국가 차원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복지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노인 단독가구 증가, 개인소득 등 공적연금 소득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운동실천율 등 건강행태가 개선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독거노인이나 정신 건강 관련 지원은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복지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과 제3차 치매관리기본계획 수립때 활용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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