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운명 어떻게 되나

채권단은 재계 순위 13위(자산 기준) 그룹의 붕괴 시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되 팔 것은 팔고 출자전환이나 감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회생에 성공한다고 해도 주요 계열사는 STX그룹의 품을 떠나고 빈껍데기만 남을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룹의 부채 총액이 17조여원에 달하는 데다가 자금 지원을 한다 해도 조선·해운·건설 경기가 당장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점이 부담이다.
1일 채권단 및 ㈜STX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외환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한국정책금융공사 등 7개 주요 채권은행(기관)은 자율협약에 따라 다음 달 중순까지 STX조선해양에 대한 경영 실사를 마치고 회생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STX조선해양에 대해서는 6월 말 중 감자 후 출자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TX그룹은 올해 안에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만 ㈜STX(4800억원), STX해양조선(4000억원), STX팬오션(2000억원) 등 1조 8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STX조선해양은 채권단의 회생 처방을 기다리는 상황이고, STX팬오션은 산업은행의 직접 인수를 기다리고 있다.
또 구조조정 차원에서 STX메탈을 흡수통합한 STX중공업과 STX엔진, 지주회사인 ㈜STX도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STX에너지와 STX-OSV는 각각 일본과 이탈리아 기업에 지분의 일부 또는 전량을 이미 매각했다. STX건설은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 그룹과 분리 절차를 밟고 있다. STX팬오션과 STX건설이 분리되면 그룹의 총 자산은 24조 5340억원에서 16조 8700억원으로 준다.
강덕수 회장은 지분은 모두 내놓되, 경영권에 대해서는 강한 애착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STX조선해양은 재기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자신이 맡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신화를 이어오던 STX그룹이 총체적 경영 위기에 빠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STX를 고속 성장으로 이끌었던 확장이다. STX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퇴출 위기에 놓인 선박용 엔진회사 쌍용중공업(현 STX중공업)을 강덕수 회장이 사재 20억원을 털어 인수하면서 출범했다. 이어 강 회장은 대동조선(STX조선해양), 산업단지관리공단 에너지(STX에너지), 범양상선(STX팬오션)을 잇따라 사들였다.
이때 인수자금은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인수한 기업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조달됐다. 이어 인수한 기업에서 나온 수익금은 다른 기업을 추가로 사들일 수 있는 인수자금이 됐다.
이런 성장 방식은 2008년까지 매끄럽게 통했다. 주력 사업인 조선과 해운이 호황을 누리며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엔진과 주요 부품 등을 계열사로부터 조달, 배를 만든 뒤 해운사를 통해 운영하고 선박 유류도 함께 조달하는 방식의 수직계열화가 그룹의 몸집을 급속히 부풀릴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2008년 조선 수요가 많은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지자 해운 물동량이 급감했고 덩달아 선박 수주도 줄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2013-05-02 1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