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金회장 구속후 ‘경영시계’ 멈췄다

한화, 金회장 구속후 ‘경영시계’ 멈췄다

입력 2013-04-17 00:00
수정 2013-04-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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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없는 그룹 어디로

“사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지 못한 채 현상유지만 하다가는 도태되고 맙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 공백에 따른 현재의 사업 정체 상황을 ‘진퇴양난’으로 표현했다. 신사업을 해야 하는데 수천억원 또는 수조원에 이르는 신사업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총수가 없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16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회장의 경영 공백으로 우려하던 사태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김 회장이 의욕적으로 밀어붙이던 주요 해외 사업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5월 80억 달러 규모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이후 이라크에서 추가 수주가 끊어졌다. 발전소와 정유시설, 병원, 태양광 등 추가 수주 논의도 정지됐다.

우리나라 해외 건설 역사상 단일 공사로 사상 최대 규모인 이라크 신도시 건설 사업은 김 회장이 직접 나서 2년 넘게 진행돼 왔다. 이라크 정부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라크를 수차례 방문하는 등 김 회장이 보여준 사업 의지를 신뢰해 추가 수주를 요청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경영공백이 길어지자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 등 사업단이 이라크정부를 설득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태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건설이 1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재건사업 수주에 성공할 경우 연인원 73만명에 달하는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한화는 10대 그룹 중 올해 경영 계획과 임원 인사도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김 회장 법정 구속 이후 경영 시계가 멈춘 셈이다. 현재 한화는 최금암 경영기획실장 중심으로 비상 경영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최 실장은 재무, 법무 등 각 팀장과 현안을 조율하고 있으며 각 계열사는 자율경영 체제를 가동 중이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실장은 2011년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발령 났지만 김 회장의 재판 등을 챙기며 대부분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도 김 회장을 대신해 참석했다.

한화 관계자는 “연초 최금암 경영기획실장이 50여개 계열사 대표들과 잠정 사업계획을 세웠다”면서 “다만 신성장 사업 추진보다는 현재 하고 있는 사업 등을 공유하고 보고한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어떤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계획이 나와야 이에 따른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도 실시할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투자 목표나 부장 이상 승진은 모두 올스톱이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차장급까지의 승진인사는 단행했지만 부장급 이상은 제외됐다. 부장급 이상 인사 대상자는 100여명인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는 지난해 매출 목표를 42조 1000억원, 투자 규모를 1조 9300억원으로 잡았다.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3분의1토막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판결문을 받아본 뒤 상고할 예정이다. 당분간 비상경영은 지속될 전망이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2013-04-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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