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 1년’ 결산해보니
“다들 무척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위협적이지 않네요.”오는 9일은 하나금융이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1년 전 하나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사의 경계 대상 1호였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4등은 죽는다”며 내부 분발을 주문하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외환을 품은 하나’가 곧 1위로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들 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외환은행 노조 제공
지난해 2월 17일 김승유(왼쪽부터) 하나금융 당시 회장은 김석동 금융위원장, 김기철 당시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윤용로 외환은행장과 함께 노사정 대화합을 다졌다(사진 왼쪽). 그로부터 1년 후인 지난 1일 외환은행 노조원들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잔여주식 인수에 반대하며 하나금융 본사 앞에서 빗속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 오른쪽).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외환은행 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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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하나금융의 주력사인 하나은행은 1971년 단자사(한국투자금융)로 출발했다. 1991년 은행업으로 업종을 바꾼 뒤 1998년 충청은행, 1999년 보람은행, 2002년 서울은행 등을 잇따라 먹어치웠다. 네 개 은행의 영문 첫글자를 따 ‘한국의 HSBC(하나·서울·보람·충청)’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급기야 한국은행과 더불어 한때 ‘한국 금융의 양대 자존심’으로 불리던 외환은행까지 인수했다. 하지만 막상 1년이 지난 성적표는 인수 전과 비교해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당초 강조했던 ‘시너지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고, 감정의 골만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

4분기 실적도 부정적 관측이 많다. KDB대우증권(3117억원)과 미래에셋증권(2530억원)의 순익 예측치 평균은 2823억원에 불과하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일회성 비용을 4분기에 반영할 예정이어서 실제 순이익은 이보다 더 떨어질 전망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이익률(ROA)도 지난해 3분기 현재 각각 11.31%, 0.67%로 전분기보다 각각 2.41% 포인트, 0.31% 포인트씩 하락했다. 주가도 신통치 않다. 외환은행 인수 직후 4만 5000원까지 올랐지만 지금은 4만원을 밑돌고 있다. 지난 1일 하나금융의 종가는 3만 9200원으로 고점 대비 13%가량 떨어졌다.
은행권은 ‘예견된 결과’라고 말한다. 질질 끌어온 인수작업을 마무리짓기 위해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5년이나 보장했고, 이 조항에 발목 잡혀 이렇다 할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 악화도 악재가 됐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경영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투뱅크’ 체제로 가는 한, 따로 노는 듯한 현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나금융 측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의 자동화기기(ATM) 공동 사용 및 수수료 통일,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가맹점 공동 사용, 하나HSBC생명 상품 판매 등 성과도 적지 않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하나금융이 최근 외환은행의 잔여지분 40%를 전액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문화가 다른 두 은행이 결합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 고위 관계자는 “‘독립경영’에 대한 하나와 외환의 해석이 조금 다른 것 같다”면서 “외환은행원과의 ‘감성적인 통합’에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털어놓았다. 이 때문인지 하나와 외환은 사사건건 충돌이다. 유난히 강한 외환은행의 ‘엘리트 의식’과 ‘순혈주의’에서 그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의 잔여지분 인수가 ‘합병 전초작업’이라고 보고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의 반발과 달리 잔여지분 인수에 대한 증권가의 분석은 긍정적이다. 구용욱 KDB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하나금융의 지배력이 높아져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황 악화를 들어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김은갑 NH농협증권 연구원은 “금융업 사정이 좋지 않아 올해도 (하나금융이 인수)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3-02-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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