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18일 ING생명 인수 최종 결정

KB금융, 18일 ING생명 인수 최종 결정

입력 2012-12-06 00:00
수정 2012-12-06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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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회장, 사업다각화 승부수

KB금융 이사회는 5일 네덜란드계 생명보험사인 ING생명 인수 문제를 18일 이사회를 열어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어윤대 KB금융 회장의 ‘베이징 취중 소동’이 터져 금융감독원이 진상 파악에 나섰다. KB금융 측은 단순한 해프닝이라고 주장하지만 금감원은 국내 최대 금융그룹의 수장이 해외에서 부적절한 처사를 한 게 아니냐고 보고 있다. 금감원이 KB금융이 추진 중인 보험사 인수에 대해 부정적이어서 이번 일이 인수합병(M&A)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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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KB금융 회장 연합뉴스
어윤대 KB금융 회장
연합뉴스


이날 열린 임시 이사회에 참석한 사외이사들은 ING생명 인수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KB금융 측은 ING생명 인수 가격을 당초 알려진 2조 4000억원대에서 2조 2000억원대로 2000억원 더 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점을 내세워 막판 이사진 설득에 나섰으나 이경재 이사회 의장 등 일부 사외이사들은 “그래도 인수 가격이 너무 비싸고 보험시장 업황이 불투명하다.”며 반대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결국 좀 더 검토 작업을 벌인 뒤 18일 최종 결정을 하기로 ‘절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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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사외이사들의 거듭된 반대에도 어 회장이 ING생명 인수에 매달리는 까닭은 ‘사업 다각화’ 때문이다. 그룹 내 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93%로 쏠림이 너무 심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보험사 인수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생보업계 각각 9위, 15위(수입 보험료 기준)인 ING생명(1조 6000억여원)과 KB생명(9000억여원)이 합쳐지면 신한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을 단숨에 제치고 업계 5위(2조 5000억여원)로 껑충 뛰어오른다. ‘빅3’(삼성·한화·교보)는 겉으로는 태연한 표정이지만 내심 긴장하는 모습이다.

KB생명 측은 “최근 우수 인력이 많이 떠났다고는 하지만 ING생명의 설계사 조직은 탄탄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면서 “KB생명과 합쳐지면 방카슈랑스(은행 창구를 통한 보험 판매)에서 시너지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른 시중은행 부행장은 “인수 가격이 비싼 데다 손해보험사도 아니고 생명보험사라 (인수해도) 사업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이징 소동’도 돌발변수로 등장했다. 금감원은 이날 KB금융 부사장 2명을 불러 중국에서의 술자리 소동을 대략 보고받은 뒤 자세한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KB금융 측의 구두 해명에 따르면 어 회장과 KB금융 사외이사 7명 등이 지난달 20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국민은행 현지법인 개소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행사가 끝난 뒤 저녁 자리에서 어 회장은 높은 도수의 중국술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외모와 달리 술이 약한 어 회장은 평소보다 많은 잔을 들이켠 뒤 “KB금융에 필요한 제2금융권 포트폴리오를 갖추려고 사심 없이 ING생명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왜 내 충정을 몰라 주느냐.”고 언성을 높이며 테이블을 손으로 내리쳤다. 그 바람에 술잔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KB금융 관계자는 “사외이사들과의 스킨십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자리라 (어 회장이) 주량보다 많이 마시면서 일어난 해프닝”이라면서 “언론에 보도된 것과 달리 (깨진 술잔 파편에) 다친 사람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의 시각은 다르다. 조영제 금감원 부원장보는 “여러 경로로 알아봤더니 어 회장이 사회적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 언행을 보였던 것 같다.”면서 “굉장히 불미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개별 금융사의 ‘집안일’을 이례적으로 금감원이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나선 데 대해 ING생명 인수전에 대한 불편한 심사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KB금융의 ING생명 인수 문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문제점이 없는지 따져볼 것을 지시했다. 이 때문에 KB금융은 임원진을 총동원해 금융 당국을 상대로 전방위 설득 작업을 벌여 왔다. 가뜩이나 이사회의 반대에 부딪혀 인수전이 지연되고 있는 터에 또 하나의 ‘벽’을 만난 셈이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2012-12-0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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