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전 1억 빌렸는데 4000만원도 소득증명 하라니…”
“본점 심사가 강화돼서 원하시는 대출금을 다 받긴 힘듭니다.”회사원 김모(31)씨는 1일 점심시간에 짬을 내 회사 근처인 서울 명동의 하나은행 지점을 찾았다. 생활자금용으로 4000만원을 대출받을 생각이었다. 지난 2월 주택담보대출로 1억원을 빌려 시세 3억 2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산 김씨는 추가대출이 가능한지를 직원에게 물었다.
●고객들 문의 2~3배 늘어
담당 직원은 난처한 기색으로 “기존 대출을 받을 때 한도를 1억 4500만원으로 설정해서 대출은 가능하지만 본부 심사 결과에 따라 대출 가능 금액이 낮아질 수 있다.”고 대답했다. 김씨는 “여러 군데 대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담보도 확실한데 왜 돈을 못 빌리게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이달부터 가계대출을 정상화해 주는 것이 맞느냐.”고 되물었다.
지난달 17일 이후 제한됐던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1일을 기점으로 정상화됐다. 하지만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져서 은행 창구는 이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 제기와 문의로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월별 가계대출 증가율을 0.6% 이내로 억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지시에 따라 대출을 중단했던 농협중앙회는 전날 정오부터 제한을 풀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을 정상적으로 진행했다. 농협 여의도지점 관계자는 “지난달 말에 주택담보대출 5000만원을 받으려다가 거절당한 고객이 이날 다시 찾아와 대출 신청 서류를 냈다.”면서 “대출 가능 여부를 묻는 문의전화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말 중단했던 엘리트론, 샐러리론 등 신용대출을 이날 다시 시작했다.
대출 창구는 열렸지만 ‘대출 거름망’은 촘촘해졌다. 각 은행들은 주식 투자용 대출이거나 자금을 쓸 곳이 불분명하다고 판단되면 대출 금액을 줄이거나 승인을 내주지 않기로 했다. 우리·신한·하나은행 등은 상환 능력을 따져보기 위해 대출 금액 또는 담보 유무에 상관 없이 대출 시 소득증빙자료를 요구하기로 했다.
또 지점이 대출을 최종 승인하기 전에 본점과 협의하거나 동의를 얻도록 지시했다. 신한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중 만기일시상환 방식의 변동금리 대출은 이달에도 취급하지 않고 다달이 원금과 이자를 갚는 고정금리 대출만 해주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남 부자들도 동요하는 모습이다. 우리은행 삼성동 지점 관계자는 “당장 돈이 급하지는 않지만 창업비, 생활비, 전세금 반환 등 향후 자금 수요가 있는데 대출을 미리 신청해둬야 하는지 묻는 고객 전화가 지난달 17일 이전보다 2~3배 늘었다.”면서 “지금은 대출이 가능하지만 지난달에도 봤듯이 월말로 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서 필요한 시기에 다시 문의해 달라고 답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집값 떨어질까 걱정하고 있어”
신한은행 대치동 지점 관계자는 “집이 있는 고객들은 은행 대출이 원활하지 않으면 아파트 매매 계약이 사라져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11-09-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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