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방문, 오바마가 먼저 제의, 아베 진주만 방문 일본 거절

히로시마 방문, 오바마가 먼저 제의, 아베 진주만 방문 일본 거절

이석우 기자
입력 2016-05-13 16:40
수정 2016-05-1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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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방문 성과 막전막후 드러나

“미국 측이 2009년 8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타진했을 때 일본은 ‘시기상(premature)’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전달했다”

“미국 국무부는 2015년 4월 아베 신조 총리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과 함께 히로시마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하는 2016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했을 때에도 일본 측은 두 사안을 연계시키는 것을 거절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3일 2009년 8월부터 시작된 7년 여간의 막후 협상과 밀고 당기기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성사됐다면서 이 같이 전했다. 이런 보도가 사실이라면 히로시마 방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몸이 달은 것으로 해석된다.

2009년 8월 양국 협의와 관련해 신문은 야부나카 미토지 당시 외무성 차관이 존 루스 주일 미대사에게 “오바마의 첫 일본 방문 때 히로시마 방문은 시기상조”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런 사실은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정부 외교 전문에서도 확인됐다.

그 해 11월 초 오바마는 일본 첫 방문때 “재임 중에 피폭지를 찾을 수 있다면 영광”이라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 그 뒤 2010년 11월과 2014년 4월 오바마의 2·3차 일본 방문 과정에서는 피폭지 방문은 두 나라 의제에 오르지 않았다.

미국 측은 지난해 4월에도 하와이 진주만에 대한 아베의 방문을 일본 측에 비공식으로 타진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상하원 양원 합동연설을 했던 아베의 방미 직전이었다. 미국은 이와 함께 올해 G7 정상회의 개최지로 히로시마를 제안했지만 일본 측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바마가 G7 회의기간 동안 다른 나라 정상들에 묻혀 피폭지인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자연스럽게 방문하는 방안도 있었지만, 일본 측은 “오바마의 의지로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과거 전쟁의 연장선상에서 교환 조건처럼 오바마가 피폭지를 찾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 일본 측의 반응이었던 것으로 신문은 전한다. 하와이 진주만은 일본의 기습으로 1941년 12월 태평양 전쟁이 시작된 곳이다.

그렇지만 지난해 4월말 아베의 ‘희망의 동맹으로’란 미국 연설은 오바마의 피폭지 방문을 위한 절묘한 한 수 가 됐다. 연설에서 아베는 “역사란 사실은 돌이킬 수 없는 가혹한 것”이라며 대미 개전의 잘못을 시인하면서 “치열하게 맞싸운 적들이 이제 마음의 유대를 갖는 친구가 됐다”며 미·일 동맹을 공고함을 강조해 미국 측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신문은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의 성사 요소로 한·일간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합의를 꼽았다. 피폭지 방문의 걸림돌 중 하나는 “일본은 가해자라고 주장하는 한·중 양국의 반발”이었는데 이 중 한국 측의 문제가 일정하게 해결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추동 요소로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을 거론했다. 트럼프는 “한·일 양국의 핵무장 주창 등 핵 폐기 정책을 정면으로 부정함으로써 오바마가 히로시마 방문 구상을 더 절실하게 느끼게 했다”는 분석이다.

신문은 일본 측이 일관되게 “사죄는 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미국내 반발을 잠잘울 수 있었던 것도 방문 성사의 기여한 것으로 지적했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후보에게 미칠 영향 등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주저하던 오바마도 지난 4월 10·11일 존 케리 국무장관의 히로시마 방문 뒤 그리 크지 않은 미국내 반발과 호의적인 여론주도층의 입장에 고무됐다고 평가했다. 케리의 방문에 대해 미국내 큰 반발이 없었고, 오피니언 리더격인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가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을 지지하는 사설을 게재하는 등 찬성 입장을 폈던 것도 큰 힘이 됐다.

닛케이는 “아베 총리가 진주만 방문도 더 가능하게 됐다”면서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 결정으로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 구상의 톱니 바퀴도 돌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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